단순 무장 단체인 줄 알았던 헤즈볼라, 사실은 레바논의 정당이자 군대

단순 무장 단체인 줄 알았던 헤즈볼라, 사실은 레바논의 정당이자 군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뉴스에서 매일 나오는 헤즈볼라는 이 세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 ‘신의 당(Party of God)’ 이라는 뜻의 레바논 시아파 조직.
  • 테러 단체이자, 레바논 의회에 진출한 합법 정당.
  • 레바논 정규군보다 강한 군사력을 가진, 이란의 가장 성공적인 대리인.

아마 많은 분들이 헤즈볼라를 하마스랑 비슷한 또 하나의 중동 무장 단체 정도로 생각하실 겁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파고들수록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헤즈볼라를 이해하는 건, 단순히 한 조직을 아는 걸 넘어 지금 중동 정세의 핵심 판도를 읽는 것과 같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냉정하게 하나씩 뜯어보죠.

헤즈볼라, 이름부터 파고들기: ‘신의 당’이라는 뜻의 이중성

모든 건 이름에서 시작됩니다. 헤즈볼라(Hezbollah)는 아랍어 ‘히즈브 알라(ḥizb Allāh)’에서 왔습니다. ‘히즈브(Hezb)’는 정당 또는 그룹을, ‘알라(Allah)’는 신을 의미하죠. 직역하면 ‘신의 당’입니다. 이름부터가 굉장히 강력한 종교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이름에 ‘신’을 내세우는 건 자신들의 모든 행동에 신성한 정당성을 부여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자신들은 세속적인 이익이 아니라 신의 뜻을 따르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거죠. 이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외부의 비판을 차단하는 데 아주 괜찮은 전략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신의 뜻이다”라고 선언해버리면, 그 어떤 반대 논리도 힘을 잃기 쉽거든요. 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영리한 브랜딩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깃발에 담긴 상징들

헤즈볼라의 깃발을 보면 이들의 정체성이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노란색 배경에 녹색으로 그려진 문양들은 그냥 디자인이 아닙니다. 우선, 전체적인 형태는 아랍어 ‘알라’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 안을 자세히 보면 여러 상징이 숨어있죠.

  • 소총(AK-47):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단연 총입니다. 이는 무장 투쟁을 조직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요.
  • 지구본: 소총 아래에는 지구본이 그려져 있습니다. 자신들의 영향력이 레바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이슬람 혁명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꽤나 야심 찬 포부죠.
  • 코란 구절: 문양 위에는 코란의 한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보통 “알라의 당이야말로 진실로 승리하는 자들이다”라는 내용이 들어가는데, 이 또한 자신들의 투쟁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종교적 믿음을 강조하는 장치입니다.

결국 헤즈볼라라는 이름과 깃발은 ‘종교적 신념(코란)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인(지구본) 무장 투쟁(소총)을 벌이는 신의 정당’ 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선언문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름이 주는 오해와 실체

‘신의 당’이라는 이름은 서방 세계나 비무슬림에게는 극단적인 종교 집단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레바논 내, 특히 시아파 주민들에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저항의 상징’이자,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대신해 병원과 학교를 지어주는 ‘구원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 하나에도 여러 해석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조직이라는 걸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단순 무장 단체인 줄 알았던 헤즈볼라, 사실은 레바논의 정당이자 군대
단순 무장 단체인 줄 알았던 헤즈볼라, 사실은 레바논의 정당이자 군대

탄생 배경: 단순한 테러 단체가 아닌 이유

헤즈볼라가 왜 생겨났는지 알려면 1980년대 초 레바논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극단주의자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 절대 아닙니다. 여기에는 아주 구체적인 역사적, 정치적 배경이 있죠.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입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PLO를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레바논을 침공해 수도인 베이루트까지 점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레바논 민간인, 특히 남부에 많이 살던 시아파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레바논 정부와 군은 이스라엘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고, 시아파 주민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버려졌습니다. 바로 이때, ‘외부의 적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시아파 무장 저항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체계적으로 조직한 것이 바로 헤즈볼라의 시작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역할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외부 세력이 등장합니다. 바로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입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에 성공한 이란은 ‘혁명 수출’을 기치로 내걸고 주변 시아파 세력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레바논의 혼란은 이란에게 절호의 기회였죠.

이란은 혁명수비대 병력을 레바논에 직접 파견해 뿔뿔이 흩어져 있던 시아파 민병대들을 규합하고, 자금, 무기, 군사 훈련을 체계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헤즈볼라는 사실상 이란의 기획과 지원 아래 탄생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관계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헤즈볼라가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의 내력과 레바논의 정세에 대한 분석을 보면 이란과의 초기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레바논 내 시아파의 소외감

헤즈볼라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또 다른 중요한 토양은 레바논 내부의 종파 갈등과 시아파의 소외감이었습니다. 레바논은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수니파 무슬림, 국회의장은 시아파 무슬림이 맡는다는 종파별 권력 분점 협약이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시아파는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소외된 계층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헤즈볼라는 단순히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군사 조직을 넘어, 소외된 시아파의 권익을 대변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무능한 정부 대신 도로를 깔고, 병원을 짓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나눠주면서 시아파 공동체의 깊은 신뢰를 얻었죠. 군사적 저항과 사회적 구호를 결합한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간 겁니다. 이런 배경을 모르고서는 헤즈볼라를 그저 테러 단체로만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마스 vs 헤즈볼라, 같아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속내

많은 사람들이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묶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 다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무장 단체라는 공통점 때문이죠. 하지만 이 둘은 뿌리부터 목표, 규모까지 모든 게 다릅니다.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중동 정세를 완전히 잘못 읽게 됩니다.

종파부터 다르다: 시아파와 수니파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종파입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하마스는 수니파입니다. 이슬람의 두 거대 종파인 시아파와 수니파는 역사적으로 오랜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지도를 따르고, 하마스는 이집트에서 시작된 수니파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는 협력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세계관과 정치적 지향점이 다릅니다.

헤즈볼라가 이란-시리아-이라크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의 핵심 축이라면, 하마스는 카타르나 튀르키예 같은 수니파 국가들의 지원을 받습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중동의 패권을 둘러싼 이란(시아파)과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의 대리전 구도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목표의 차이: 레바논 내 권력 vs 팔레스타인 해방

목표도 확연히 다릅니다. 하마스의 최우선 목표는 ‘팔레스타인 해방’ 입니다. 이들의 모든 활동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과의 싸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반면, 헤즈볼라의 핵심 목표는 ‘레바논 내에서의 시아파 권력 유지 및 확대’ 와 이란의 대리인 역할 수행입니다.

물론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의 저항을 외치지만, 그건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지지 기반을 다지는 수단에 가깝습니다. 이미 레바논이라는 국가 시스템 안에서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에, 하마스처럼 모든 것을 건 전면전을 벌이는 건 선호하지 않습니다. 계산기를 아주 정교하게 두드리는 집단이죠. 하마스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한다면,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투쟁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군사력 스케일 비교

군사력의 규모와 질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하마스가 주로 로켓이나 박격포, 소총 등으로 무장한 게릴라 조직에 가깝다면, 헤즈볼라는 준(準)국가급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규군처럼 정리된 지휘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훈련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특히 미사일 전력은 레바논 정규군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약 15만 발에 달하는 각종 미사일과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정밀 유도 미사일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마스와는 ‘체급’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직 구조와 자금줄: 어떻게 정규군보다 강해졌나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규군보다 강하다는 말,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들은 군사, 정치, 사회 조직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거대한 복합체입니다. 이걸 이해해야 왜 레바논 정부조차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군사 조직: 정예병력과 미사일 전력

헤즈볼라의 핵심은 단연 군사 부문입니다. 완전 무장한 정규 병력만 수만 명에 달하고, 예비군까지 합치면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직접적인 훈련을 받아 전투 경험이 풍부하며, 특히 시리아 내전 참전을 통해 실전 능력을 크게 키웠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들의 미사일 전력은 이스라엘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힙니다. 단순한 수량뿐만 아니라, 정밀 타격 능력과 드론, 대전차 미사일 등 첨단 무기까지 운용하고 있죠.

정치 조직: 레바논 의회 내 원내 정당

여기서부터 헤즈볼라의 특수성이 드러납니다. 이들은 레바논 의회에 의석을 가진 합법적인 정당입니다. 선거에 참여해서 당선되고, 다른 정당들과 연합하여 정부 구성에도 참여합니다. 장관을 배출하기도 하죠. 즉,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투표용지를 든 셈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지정해도, 레바논 국내에서는 이들을 불법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국가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회 조직: 병원, 학교, 복지 사업

헤즈볼라가 지지 기반을 잃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회 조직 덕분입니다. 이들은 ‘지하드 알 비나(Jihad al-Bina)’, 즉 ‘건설 성전(聖戰)’이라는 기구 아래 병원, 학교, 구호 단체 등 광범위한 사회 복지 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는 공공 서비스를 대신 제공하면서 민심을 얻는 것이죠. 특히 시아파 거주 지역에서는 사실상 헤즈볼라가 정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국가 안의 국가(State within a state)’ 라고 부릅니다. 군사력으로 겁주고, 정치력으로 제도를 바꾸고, 복지로 민심을 얻는, 정말 빈틈없는 구조입니다.

이란과의 관계: 단순한 동맹을 넘어선 ‘대리인’

헤즈볼라를 이야기할 때 이란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자금과 무기, 이념적 지도를 받는 ‘대리인(Proxy)’이며, 이란에게는 중동 전략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입니다.

시아파 벨트의 핵심 축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헤즈볼라, 그리고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 또는 ‘저항의 축’ 구축을 통해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의 최전선에 있는 것이 바로 헤즈볼라입니다. 이란은 헤즈볼라를 통해 직접 국경을 맞대지 않고도 숙적인 이스라엘을 바로 코앞에서 위협할 수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없다면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전략은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금과 무기, 어떻게 지원받나

이란은 매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헤즈볼라에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그 규모를 연간 7억 달러(약 9천억 원)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이 돈은 조직 운영, 병력 월급, 무기 구매, 사회 복지 사업 등 헤즈볼라의 모든 활동에 사용됩니다. 자금뿐만 아니라, 이란은 최신 미사일, 드론, 통신 장비 등 첨단 무기 기술과 완제품을 헤즈볼라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지원이 끊기면 헤즈볼라의 전투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의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

이란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최고의 ‘가성비’ 자산입니다. 자국의 군대를 직접 투입하는 위험 부담 없이, 대리인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을 견제하고 중동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이란의 핵시설이 공격받는 등 유사시에는 헤즈볼라가 즉각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보복 카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헤즈볼라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에게는 엄청난 압박이며, 이란에게는 강력한 협상 카드인 셈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후원자와 수혜자를 넘어, 운명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레바논 정부와의 애매한 동거: 국가 안의 국가

헤즈볼라는 분명 레바논의 조직이지만, 레바논이라는 국가 전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합니다. 국가보다 강한 군사 조직이 내부에 존재하는 이 기형적인 구조는 레바논을 끊임없는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레바논 정규군을 압도하는 군사력

앞서 계속 강조했듯,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레바논 정규군(LAF)을 압도합니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레바논 정부가 아니라 헤즈볼라가 쥐고 있습니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면서 시작됐고, 레바논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전쟁에 끌려 들어갔습니다. 한 국가 안에 두 개의 군대가 존재하는 셈인데, 심지어 비공식 군대가 공식 군대보다 훨씬 강력한, 상상하기 힘든 상황인 거죠.

정치적 영향력과 거부권

헤즈볼라는 단순히 군사력만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의회 내에서 동맹 세력과 연대하여 정부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은 거부권(Veto)을 행사해 무산시킵니다. 대통령 선출이나 총리 임명 같은 국가 중대사에도 헤즈볼라의 동의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레바논 정치는 몇 년째 공전하며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국가 시스템을 내부에서부터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국민들의 엇갈리는 시선

레바논 국민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시아파 주민들에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는 유일한 보호자이자, 정부가 버린 자신들을 돌봐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수니파나 기독교계 주민들에게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이란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멋대로 전쟁을 일으켜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암적인 존재로 인식됩니다. 이 극심한 내부 분열이야말로 레바논의 비극이며, 헤즈볼라가 계속해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현재 상황과 국제 사회의 지정: 테러 단체인가, 저항 세력인가

그러면 국제 사회는 헤즈볼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 또한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립니다. ‘테러리스트를 보는 시각’과 ‘자유의 투사를 보는 시각’이 공존하는 거죠.

주요 국가들의 지정 현황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 국가들과 캐나다, 호주, 그리고 아랍 연맹 등은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헤즈볼라가 과거에 벌였던 각종 테러 행위와 민간인 공격, 그리고 현재 중동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근거로 듭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며, 레바논의 합법적인 정치 세력으로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과 시리아는 당연히 헤즈볼라를 ‘저항 세력’으로 칭송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하죠.

이스라엘과의 지속적인 충돌

현재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거의 매일같이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시작된 이 충돌은,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오판이나 우발적인 사건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지역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차이점을 비교한 글을 참고하면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중동 정세에 미치는 파급력

결국 헤즈볼라의 모든 움직임은 중동 전체, 나아가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벌인다면, 이는 가자지구 전쟁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란이 개입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중동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뉴스에서 헤즈볼라라는 이름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헤즈볼라는 단순히 ‘신의 당’이라는 뜻을 가진 무장 단체가 아닙니다. 한 국가의 정치, 사회, 군사를 장악한 복합체이자, 중동의 지정학적 구도를 뒤흔드는 핵심 플레이어입니다. 이들의 복잡한 실체를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국제 정세를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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