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5경 15부 62주, 교과서엔 없는 ‘대제국’의 진짜 시스템

발해 5경 15부 62주, 교과서엔 없는 ‘대제국’의 진짜 시스템

발해 행정 구역, 혹시 숫자만 외우고 계신가요?

솔직히 고백해 봅시다. 학창 시절 한국사 시간에 ‘발해’ 하면 뭐가 떠오르셨나요? 아마 십중팔구 ‘고구려 계승’, ‘대조영’, 그리고 시험 단골 문제인 ‘5경 15부 62주’ 정도일 겁니다. 다들 이 숫자 조합을 주문처럼 외웠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서 결정적인 한 가지를 놓치고 있습니다. 5경 15부 62주는 그냥 암기하고 넘어갈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죠. 이건 당시 동아시아 최강국 중 하나였던 당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거대 제국의 ‘운영 매뉴얼’이나 다름없습니다. 이걸 이해하는 순간, 우리가 알던 발해는 전혀 다른 나라로 보이게 될 겁니다.

발해 5경 15부 62주, 교과서엔 없는 ‘대제국’의 진짜 시스템
발해 5경 15부 62주, 교과서엔 없는 ‘대제국’의 진짜 시스템

Q1. ‘5경 15부 62주’, 그냥 외우기만 했는데 이게 왜 중요한가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죠.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행정 시스템은 발해가 단순한 왕국이 아니라 ‘제국’이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작은 가게 하나를 운영해도 체계가 필요한데, 한반도 북부와 만주, 연해주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려면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했을까요? 5경 15부 62주는 바로 그 시스템의 결과물입니다. 이건 그냥 땅을 몇 개로 나눴다는 뜻이 아니에요. 중앙에서 지방의 끝자락까지 세금을 걷고, 관리를 파견하고, 군대를 통제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가 완성되었다는 의미거든요.

특히 이 시스템이 완성된 시기가 중요합니다. 바로 발해의 최전성기를 이끈 제10대 선왕(宣王) 때였죠. 선왕 대에 이르러 발해는 주변의 여러 말갈 부족들을 완전히 복속시키고 영토를 최대로 확장했습니다. 이때 비로소 ‘해동성국(海東盛國)’, 즉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겁니다. 5경 15부 62주라는 행정 제도는 바로 이 ‘해동성국’의 위상을 떠받치는 뼈대였던 셈이죠.

단순히 영토만 넓다고 제국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그 넓은 땅과 다양한 민족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진짜 제국이라 할 수 있는데, 발해가 바로 그걸 해낸 거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도 이 부분이 왜 단골로 출제되는지 이제 좀 감이 오시나요? 자세한 기출문제 유형은 제76회 한능검 심화 기출/해설 같은 자료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Q2. 5경(五京)? 수도가 5개나 있었다는 뜻인가요?

이것도 정말 많이들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5경이라고 하니 수도가 5개인 것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그건 약간 오해가 있어요. 정확히는 하나의 중심 수도(상경)와 4개의 부수도(중경, 동경, 서경, 남경)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 5경 제도는 당시 동아시아의 ‘슈퍼 파워’였던 당나라의 제도를 참고한 건데, 발해는 이걸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각 경(京)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정치·군사·경제·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전략적 거점이었어요.

  •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 발해의 제1 수도. 당나라 수도인 장안성을 모델로 만든 계획도시로, 바둑판 모양의 주작대로가 인상적이죠. 발해의 심장부였습니다. 실제로 그 구조를 분석한 장안, 상경, 헤이조쿄 비교 연구를 보면 당시 발해의 국제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더라고요.
  • 중경현덕부(中京顯德府): 초기 수도였던 곳으로,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 동경용원부(東京龍原府): 동해와 가깝고, 특히 일본과의 교역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으로 가는 사신들이 여기서 출발했죠.
  • 서경압록부(西京鴨綠府): 옛 고구려의 중심지 압록강 유역에 위치해 당나라와의 교역 및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남경남해부(南京南海府): 신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지역으로, 신라를 견제하고 교류하는 창구였습니다. 지금의 함경남도 북청군 일대로 추정되죠.

어떤가요? 이렇게 각 경의 역할을 알고 나니, 발해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영토를 경영했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나요? 단순히 수도를 여러 개 둔 게 아니라, 광활한 제국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멀티 허브’ 전략이었던 겁니다. 솔직히 이 정도의 스케일,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Q3. 그렇다면 15부(府)와 62주(州)는 어떻게 다른가요?

5경이 제국의 핵심 거점이었다면, 15부와 62주는 그 거점을 중심으로 뻗어 나간 실핏줄 같은 지방 행정 단위였습니다. 계층 구조로 보면 ‘경(京)·부(府) → 주(州) → 현(縣)’ 순서로 내려간다고 이해하면 쉬워요.

15부(府)는 오늘날의 ‘도(道)’나 ‘광역시’에 해당하는 아주 큰 단위입니다. 앞서 말한 5경은 모두 각각의 부(府) 안에 포함되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수도인 상경은 ‘상경용천부’라는 부의 중심지였던 거죠. 이 15부에는 중앙에서 파견된 지방관인 ‘도독(都督)’이 다스렸습니다. 중앙의 명령이 지방까지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핵심 역할을 한 셈입니다.

62주(州)는 부(府) 아래에 속한 더 작은 단위로, 지금의 ‘시(市)’나 ‘군(郡)’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자사(刺史)’라는 지방관이 파견되었고요. 백성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세금을 걷고 행정을 처리하는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잠깐, 여기서 진짜 헷갈리는 포인트가 나옵니다. 바로 발해의 행정구역이 가진 이중적 성격 때문인데요. 발해는 고구려 유민과 다수의 말갈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였죠. 그래서 통치 방식도 이원적이었습니다. 고구려 유민이 많이 사는 중심지는 주와 현으로 직접 통치하고, 외곽의 말갈 부족들은 그들의 자치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간접 통치 방식을 병행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거대한 시스템을 표로 간단히 정리해볼게요.

구분역할통치자비고
5경 (京)제국의 전략적 핵심 거점중앙에서 직접 관리5개의 부(府) 중심지
15부 (府)광역 지방 행정 단위 (오늘날의 ‘도’)도독(都督)총 15개
62주 (州)기초 지방 행정 단위 (오늘날의 ‘시/군’)자사(刺史)총 62개

이런 치밀한 구조 덕분에 발해는 200년 넘게 광대한 영토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거죠.

Q4. 이 시스템이 발해가 ‘대제국’이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오히려 이 시스템이야말로 발해가 거대한 제국이었다는 가장 확실한 물적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국이라는 타이틀은 아무 나라에나 붙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넓은 영토, 강한 군사력, 다양한 민족 구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고도의 통치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5경 15부 62주는 발해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했음을 보여줍니다.

첫째, 효율적인 자원 동원 능력을 의미합니다. 62개의 주(州)를 통해 제국 전역에서 세금을 안정적으로 걷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며, 수도 상경성 같은 거대한 토목 공사를 벌일 수 있었습니다. 이건 어설픈 지방 분권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둘째, 다민족 통제의 노하우를 보여줍니다. 발해는 고구려 유민이 지배층을 이루었지만, 인구의 다수는 피지배층인 말갈족이었습니다. 만약 이들을 힘으로만 억눌렀다면 제국은 금방 무너졌을 겁니다. 하지만 15부 62주라는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일부 지역에는 자치권을 부여하는 등 유연한 통치술을 발휘하며 제국의 안정을 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활발한 대외 교류의 기반이었습니다. 동경을 통해 일본과, 서경을 통해 당나라와, 남경을 통해 신라와 교류하는 공식 루트를 두고 관리했다는 것 자체가 발해가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독자적인 외교를 펼쳤음을 의미합니다. 당나라와 대등한 관계를 추구했던 발해의 자신감이 바로 이런 시스템에서 나온 것이죠. 관련 유물들은 지금도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직접 볼 수 있으니, 그 위용을 한번 느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Q5. 그래서 우리가 이 사실을 왜 알아야 하는 거죠?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고들 하죠. 발해의 행정 구역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아는 것은 단순히 역사 지식을 하나 더 쌓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발해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발해를 고구려의 후예, 혹은 고구려보다 작은 나라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5경 15부 62주라는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만주 벌판을 호령했던 엄연한 대제국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되기도 하죠.

둘째, 우리 역사의 스케일을 넓혀줍니다. 우리 역사는 한반도 안에만 갇혀 있지 않았습니다. 발해처럼 광활한 대륙을 무대로 활약했던 자랑스러운 역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발해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역사의 공간적, 정신적 지평을 만주와 연해주까지 확장하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발해의 ‘5경 15부 62주’가 다르게 보이시나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228년간 동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했던 ‘해동성국’의 심장 박동 소리처럼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다음에 박물관에 가거나 역사책을 펼쳤을 때, 발해의 지도를 한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상경은 어디에 있고, 동경은 왜 저 위치에 있었을까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 순간, 암기했던 지식이 살아 숨 쉬는 역사로 다가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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